경리.회계

7년차 직장인의 중소기업 경리/회계 취업스토리

free초이 2024. 10. 9. 19:32

검은색-계산기
(c)pixabay

직장생활 7년차에 돌아보는 나의 취업 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내가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과거 취업 스토리를 회상하게 되었다.

과거 나의 취업 과정도 기록할 겸 이 블로그를 스쳐지나가는 한 명이라도 공감해 준다면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 업종별 경리/회계 취업 및 퇴사 이야기

떠올려보니 2015년 졸업 이후로 2년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면접과 입/퇴사가 있었다. 처음부터 대기업은 생각도 안했고 적당히 내가 원하는 직무에 맞는 중소기업을 찾았을 뿐인데 뭐가 그리 어렵고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남들은 대기업 취업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었는데..

 

'더존'을 사용하여 '자체기장' 하는 '제조업체'의
'경리/회계' 직무에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든건가?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대기업에 도전이라도 해봤을 것이다. (물론 삼성중공업 싸트 전형에서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응시를 안한적도 있긴 하다.) 사족이 길었는데 아무튼 신입으로서 내가 원하는 조건의 회사를 찾아다녔던 과정을 기록해 보았다.

 

1. A회사 - 업종: 유통/무역 (인원: 10인 이하, 근무기간: 1주일)

  졸업 후 처음 입사 한 화학약품 유통회사. 근무 기간이 1주일 이내였는데 퇴사 이유는 '면접에서 들은 근무조건과 실제가 달라서' 였다.

면접에서는 분명히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업무를 한다고 했는데 입사 하고 보니 장부를 수기로 적고 있었다. 회계 보다는 물건 입/출고와 납품, 배송 관리업무가 주를 이루었다. 이런 곳에서 일 해봤자 경력은 커녕 시간낭비만 할 것 같아 나오게 되었다.

 

2. B회사 - 업종: 석유/주유소 (근무기간: 1주일)

  그 다음은 주유소였다. 정확히는 1층이 주유소이고 2층은 사무실이었다. 채용공고에는 '숙소 제공' 이었지만 면접을 가보니 역시나 숙소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여기는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업무를 하는 것 같아 근처 원룸이나 고시원이라도 알아볼 작정으로 일단은 시외버스를 타고 통근을 했다. 하지만 사무실 업무는 구경도 못한 채 주유소 1층의 카페와 현장업무만 배웠고, 주 6~7일 근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근시간 5분 지각할 때 마다 월급 5만원 차감..)  사무실 업무는 나중에 가르쳐 줄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앞선 구직과정에서 회사들에게 당한게(?) 많아서 불안했던 나는 튀려면 빨리 튀자는 생각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배운점: 커피 내리는법, 각종 담배판매가격)

 

3. C회사 - 업종: 외국계 유통,무역 (인원: 20인 이하, 근무기간: 1주일)

  출퇴근도 지하철로 할 수 있고 회계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심지어 외국계 페인트 유통회사였다. 어떻게든 버티려 했으나 직장상사의 갑질 이슈로 퇴사하였다. 면접때 스스로 "본인 때문에 그만둔 사람이 10명이 넘는다" 할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데..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T/O가 났다) → 일하던 사람이 그만뒀다 → 왜 그만뒀을까?

 

  이 간단한 원리를 뼈저리게 새기게 해 준 회사였다.

 

4. D회사 - 업종: 제조업 (인원: 100인 이하, 근무기간: 3~4개월)

  외곽에 있는 제조업체였다. 회계프로그램으로 자체기장하는 회사였다. 제조업이기 때문에 휴일이나 복지 관련해서는 거짓말이나 장난은 안 칠것 같았다. (입퇴사가 반복될수록 회사를 거르는 스킬이 늘어갔다..ㅠㅠㅋㅋㅋ) 

  첫 주말에 인수인계 때문에 출근을 한번 했다. 회사 휴무일인데 정식 출근 전이라 출입증 등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닫힌 회사 문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사족 : 8월 한여름이었고 근처에 산과 도로만 있는 지역이라 앉아있을 그늘도 없었다. 왜 제조업들은 외진 곳에 많을까.. 얼마나 외진 곳이냐면 여기 다니면서 반딧불이를 처음봤다. 야근하고 밤에 버스표지판 앞에 서 있으면, 30분에 한번 오는 버스들이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는지 종종 노룩패스를 한다ㅋㅋ)

  1시간 후 전임자가 "어머, 늦어서 미안해요" 라며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도착했고, 2시간 정도 인수인계를 받고 그게 끝이었다.

  · 전임자 : "상사분이 있으니까^^" 라며 대충 떠넘기고 가버림.

  · 직속상사 : "인수인계 다 됐지?" 라며 떠맡기 싫은 짐짝 취급. 물어볼때마다 알아서 하라는

                      그 경멸의 눈초리.. (아니 그럼 신입이 어따 물어봐요?! 나참..) 

 그래도 그나마 거쳐온 회사들 중에서는 면접때 근무조건 관련 거짓말도 없었고, 업무에 손이라도 대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나도 진짜 열심히는 했기 때문에 이때 배운게 많았다. (배운점: 외화 포함 현금시제관리, 더존 각종 경비 전표 입력, 외화출장비처리, 전도금관리, 더존 장부 잔액 보는법, 공급가액/세액 개념, 수출비용입력 등)

 

5. E회사 - 업종: 수산업 (인원: 100~200인, 근무기간: 1개월)

   후... 다음은 수산회사였다. 멀긴 하지만 지하철로 통근가능한 거리였고 원하는 조건에 얼추 맞았다. 먼저 물어보진 않았지만 면접관이 먼저 "우리는 주5일제다. 지하철역 근처에.. 이런회사가 어디있냐!" 라는 말에 주5일 근무인 줄 알았다. 여기도 입사하고 보니 토요일 근무가 있었다. 거기다 나는 경리/회계로 입사했으나, 토요일마다 아침7시까지 출근해서 비서실 및 수산부 당직을 서는 회사였다ㅋㅋ

아니..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주5일제라면서요..? 회사들아!! 왜 자꾸 거짓말을 하냐고!!

 

  그래도 앞선 회사에서 고생하며 꾸역꾸역 배운 덕에 괴물신입(?) 취급을 받을수 있었다. 여기서 한달동안 느낀 점은, 직무관련 배울게 너무 없을 것 같았다. 이전 회사의 업무량과 난이도의 절반도 안되는데 5년차 상사가 엄청난 일을 하는것처럼 생색내는걸 보니, 나도 저렇게 될까 두렵기도 했고 몇 년 있어도 배울 점이 없을 것 같아서 한달만에 그만 두게 되었다. (퇴사이유: 업무용 통장을 내 명의로 개설할 것 권유, 근로계약서에 전임자 이름 기재, 업종특성상 배울 점 없음, 면접과 다른 근무조건 등) 

  그래도 회사 사람들은 대체로 좋았던 것 같다. 아니 뭐, 딱히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다. (배운점: 은행 입출금 전표작성, 일일자금일보, 비서업무, 생선 안잡히는 음력기간 계산법ㅋㅋ, 어음업무 맛보기 등)

 

※결론: 5종류의 회사를 거쳐본 결과, 1주일도 못버틴 회사들은 지금 생각해도 퇴사에 1도 후회가 없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내가 존버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들이 있다. 그 가치와 기준이 맞으면 힘들어도 버틸수 있는데, 나만의 그 기준을 찾는 과정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조건에 안맞으면? 취준생들이여, 튀려면 빨리 튀세요^^ 

 

드디어 원하는 곳에 정착하다! [자체기장+더존+제조업+내일채움공제까지!!]...그러나..?

6. 현재 회사 - 제조업 (근무기간: 6년~)

  정말 어렵게 정착한 회사다. 물론 여기도 입사 후에 갖가지 이슈로 파란만장한 일이 많았다. (현회사라 자세히는 못쓰겠고 후.. ) 나는 왜 입사하기까지도 힘들고 입사 후도 편할 날이 없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나이에 쫓기지만 않았어도 안들어왔을 회사였지만, 면접진행 하셨던 이사님께서 좋은 분이셨고 인수인계자가 너무 잘해줬다. (나중에 혼자 남긴 했지만..) 무엇보다 그 당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당해서 되돌릴수 없었다ㅋㅋ 2년만 존버하다가 내채공 받아먹고 나가야지 했는데 적응을 해버려서 잘 다니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좋은 상사분을 만나서 배울 점도 많고 좋다. 다만, 내가 과거 구직&입/퇴사 과정에서 수많은 노오력에도 고생만 한 기억 때문에, 이제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지배해서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게 제일 큰 고민이다.

  어쩌면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